센터 4인방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던 2019년 드래프트가 끝났습니다.
지난 2018 드래프트와는 달리 1라운드에서는 10명을 채울 것이 확정적이었고, 2라운드에서도 몇몇 구단이 지명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안양 KGC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선수를 지명했습니다. 그리고 안양 KGC 역시 2라운드를 포기한 대신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모두 선수를 지명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하지만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거의 모든 구단이 지명을 하지 않은 관계로 취업률 자체는 아주 좋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41명 중 22명 선발(53.7%)로 50%는 넘긴게 다행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 구단들은 작년과는 달리 생각보다 상식적인 지명권을 행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와중에 올해도 어김없이 충격적인 지명을 선사한 구단들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작년처럼 1순위부터 그런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면 올해 역시 KBL 팬들에게는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는 드래프트가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각 팀별로 이번 드래프트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돌아보고자 합니다.
1. 창원 LG 세이커스 - 1순위 고려대학교 박정현, 20순위 명지대학교 이동희
2장의 지명권을 모두 부족한 포지션 보강에 활용하는 상식적 지명. 작년의 병신짓은 반복하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이번 드래프트를 두고 박정현 드래프트라는 이야기가 돌았을 정도로, 1순위가 박정현인 것은 99.9%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더욱이 작년과 같은 학연이라는 중대 변수도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었기에 박정현이 아닌 선수를 1라운드에서 예상할 수는 없었죠. 결국 LG의 1순위 지명권은 박정현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20순위에서도 명지대 이동희를 선발하면서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포워드진도 보강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한정적인 지명권을 가지고 최선의 보강을 이뤄낸, 1순위 팀이 보여줄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지명입니다.
박정현은 지금 당장 LG 빅맨진에서 주전을 차지하고도 남을 선수입니다. 현주엽 감독이 언제부터 제대로 실전에 투입시킬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본인이 빠른 시일 내에 적응을 마쳐준다면 충분히 제몫을 다하리라 봅니다. 하필이면 6일부터 바로 출전이 가능하므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신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2라운드에 지명된 이동희는 작년부터 명지대의 주전 빅맨으로 떠오르고 기량발전상까지 수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선수인데, 올해는 작년보다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명지대의 골밑을 외로이 사수해 주었던 선수입니다. 비록 대학에서는 마지막까지 포지션 전환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까지 발전해 온 모습을 볼 때 프로에서도 포지션 전환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제몫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렇게 보니까 작년처럼 4순위에서 김준형을 선발하는 희대의 병신짓을 하지만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김준형의 얼리 진출 과정에서 LG와의 밀약이 있었다는 점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선택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다행히 작년에 2라운드에서 지명된 김성민이 제한적이나마 1군에서 자기 역할을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이번에도 선수들은 두 명 모두 잘 지명한 만큼 그들이 1군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주기를 기원합니다.
평점은 A+를 주겠습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명권에서 이보다 효과적인 선택을 할 수도 없었을겁니다.
2. 안양 KGC 인삼공사 - 2순위 연세대학교 김경원, 22순위 성균관대학교 임기웅, 39순위 중앙대학교 박건호
마지막 순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안겼지만 아주 석연치많은 않았던 결과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 다시 2순위를 얻게 된 안양 KGC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오세근을 받쳐줄 빅맨 수급을 목표로 했습니다. 가드 자원과 포워드 자원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가 시즌 중에 이재도와 전성현도 돌아오기 때문이죠. 그리고 연세대학교 김경원을 지명하면서 수비력에 방점을 둔 지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KGC는 이번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지명권을 포기하면서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KGC는 2라운드부터 지명을 포기한 역사가 꽤 많았던 구단이거든요. 그런데 3라운드부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22순위에서 성균관대 임기웅을 지명한 것부터 시작해서 39순위에서는 중앙대 박건호를 지명하였고 이로서 올해 유일하게 4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한 구단이 된 것입니다. KGC가 의외로 3라운드 지명권을 꽤 많이 이용한 역사도 있긴 하지만 4라운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지명한 적이 없는데 오늘 처음으로 4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했던 것이죠. 본래 3라운드 이후로는 구단에서 지명해 주기만 해도 감사한 처지이기 때문에 KGC가 이렇게 지명권을 행사한 것은 그 자체로는 올해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로 저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것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임기웅은 성균관대에서 4년 내내 주전으로 올라선 적이 없었고, 올해도 벤치 자원으로서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성균관대에서 1순위 식스맨도 아니었죠. 박건호는 이보다 더한 선수여서 4년 내내 기회를 거의 부여받지 못했고 올해도 1학년 빅맨 두 명에게 밀렸을 정도로 기량이 형편없었습니다. 그런데도 3라운드와 4라운드까지 남아있던 준수한 선수들을 제치고 선발되었다는 것인데, 박건호는 보다시피 중앙대 출신이고 임기웅은 고등학교가 용산고더군요. 대놓고 학연으로 지명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상 학연으로 지명한 것이 90% 이상 확실합니다.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을 했던 것은 좋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걸 학연으로 지명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D리그를 운영하지 않는 구단 사정상 기회도 저 둘에게는 없다고 봐야 될거고요.
평점은 B+를 주겠습니다. 김경원의 지명이나 3, 4라운드 지명 자체는 좋은데 지명 동기가 석연찮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3. 서울 삼성 썬더스 - 3순위 고려대학교 조기진출자 김진영, 17순위 성균관대학교 이재우
가드 보강에 올인. 빅맨은 김준일로 충분한가?
올해 3순위가 걸린 삼성은 이번 드래프트 이전까지 가장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가드와 센터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상민 감독은 센터 대신 가드를 보강했습니다. 작년에 김한솔을 선발했을 때 상식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출전시간을 거의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드로 기울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진영은 다들 아시다시피 올해 드래프트 참가자 중에서 운동능력과 잠재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록 올해 부침이 좀 많았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기에 가드로서 기본기가 부족해 보이며, 최근에 들리기로 멘탈 이슈가 있다는 평가인데(일단 게으르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걸 구단에서 잘 잡아줄 수 있느냐에 따라 김진영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1번은 스타일상 현재로선 절대 불가능하고 앞으로 전환도 쉽지 않을거라 예상되기 때문에 2번으로서 시간을 얼마나 부여해 줄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될 듯 합니다.
이재우는 작년까지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고 올해도 아주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외곽슛이 크게 좋아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성균관대의 2년 연속 정규리그 3위와 역대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도 많은 공헌을 했죠(플레이오프만 놓고 보면 박준은보다 공헌도는 더 높습니다.). 프로에서는 3&D를 목표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점은 B를 주겠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빅맨진을 계속 김준일-김한솔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4.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 4순위 상명대학교 전성환, 17순위 연세대학교 김무성
2019 KBL DRAFT 최고의 병신 구단
KBL 드래프트를 보고 있으면 그 순위가 어디던지 예상 외의 지명을 하는 구단은 언제나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추일승 감독은 KTF 시절부터 이런 쪽에서 은근히 도가 튼 양반이기도 했죠. 심지어 작년에는 역대 최초로 1라운드에서 일반인선수를 지명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만큼 올해도 추일승 감독이 예상 외의 지명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을거라는 말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 선택이 최악의 한 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전성환이 이상백배에서 유일하게 사람 노릇을 했던 포인트가드였고, 드래프트 컴바인에서도 스피드와 민첩성에서 최고 수치를 찍었으며,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활약해왔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포인트가드로서 볼 핸들링, 패스, 시야 모두 합격점이라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슛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거론되어왔고, 그가 가진 잠재력이 로터리권으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추일승이 그 엄청난 일을 해내버리네요.
물론 추일승에게도 이유는 있습니다. 올해 오리온의 포인트가드진이 아주 전멸 수준으로 망해버린 상황인지라 어떻게든 포인트가드를 구해야만 하는 처지였으니까요. 일각에서는 그런 이유로 추일승의 전성환 지명을 정당화하는 평가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사정들을 다 고려하더라도 이 결정이 변거박급 병신짓이 될 거라고 봅니다. 수준급 가드는 매년 꾸준히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수준급 빅맨은 한번 나올 때 건지지 않으면 쉽게 구할 수 없으니까요. 거기에 추일승이 과연 포인트가드를 제대로 쓸 수 있을 것인지, 제대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내년에 나오는 가드들이 전성환과 비교했을 때 어떨지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생각에 더더욱 확신이 듭니다.
2라운드는 그나마 남아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상식적으로 지명했다고 봅니다. 김무성은 가드로서 볼 운반이나 패스가 좋다고 평가하기는 힘들고 시야도 넓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감독들이 좋아할 만한 악착같은 수비력을 지니고 있으며 3점슛 능력이 준수한 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에서 한 방 터뜨려 줄 수 있는 강심장을 가졌습니다. 프로에서도 이처럼 강심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봅니다. 우선 성장 목표는 위의 이재우처럼 3&D로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평점은 D를 주겠습니다. 본래는 F를 주려고 했는데 작년 부산 KT 소닉붐에 제가 F를 줬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더군요. 그때는 사상 초유의 개호구 트레이드 하나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매기기도 했었고요(하지만 다시 돌아보니 변거박 자체는 트레이드가 없었어도 B를 못줬겠군요.).
5. 서울 SK 나이츠 - 5순위 안양고등학교 김형빈, 16순위 한양대학교 박상권
미래를 내다본 지명 2019년 ver.
누가 지명되어도 올해 당장 1군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만큼 국내 선수진이 좋은 SK이다보니 드래프트 지명 여부에 따라 미래를 바라보는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안양고등학교 김형빈의 선발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리온의 전혀 예상치 못한 지명으로 이윤수가 남아있었음에도 김형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충격을 받은 분들도 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SK의 국내 선수진이 워낙 좋은 상황이라 이윤수가 당장 들어오더라도 출전시간을 받기 어렵다보니 SK에서는 2~3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김형빈을 지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단 무릎 문제가 있고, 송교창만큼의 무지막지한 잠재력은 갖지 못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명진처럼 상황이 운 좋게 돌아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처음 2~3년 동안은 D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간은 길겠지만 4년 후 김형빈의 동기들이 프로에 진출했을 때 김형빈이 그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어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기다리면 좋을 듯 합니다.
190cm 중반대의 포워드 자원인 박상권 역시 당장 SK 국내선수진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겁니다. 그만큼 SK의 국내선수진이 좋아요. 거기에 3학년을 십자인대 부상으로 날렸던 만큼 무릎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D리그에서 계속 기량을 갈고 닦으면서 무릎 치료에 전념한다면 이후에는 김건우를 대체할 수도 있는 자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건우도 2라운드 말석에서 뽑혔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1군에 정착한 만큼 박상권도 자기만 열심히 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평점은 A입니다. 당장의 출전에 연연하지만 않는다면 둘 다 충분히 자기 기량을 발휘할 겁니다.
6. 원주 DB 프로미 - 6순위 성균관대학교 이윤수, 15순위 일반인참가자 김훈
추일승 감독님 감사합니다! 로터리 탈락의 한을 풀고 2019 KBL DRAFT 최고의 승자가 되다.
이상범 감독의 부임 이후 드래프트에서만큼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이번에도 로터리에서 탈락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못했던 DB였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변수 덕분에 2019년 드래프트의 승자가 되었습니다.
이윤수는 본래 로터리권에서 지명될 것으로 보였고 모두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예상했는데, 추일승 감독의 지명으로 인하여 6순위까지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당연히 DB에서 이를 놓칠 리가 없었겠죠(선수 호명할 때 보니까 이상범 감독 아주 좋아 죽으려 하던데요.). 이윤수는 작년 1라운드 지명자인 서현석에 비하면 운동능력은 약하지만 그 외의 모든 점에서는 서현석과의 비교가 굴욕일 정도로 능력치가 골고루 잡혀 있습니다. 올해에는 김종규의 백업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3점슛에서도 발전을 이룬다면 김종규와의 더블 포스트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훈은 기량만으로는 1라운드감으로 평가받았는데 결국 연세대 농구부를 도중에 그만뒀던 것이 감점요소가 되었는지 2라운드에 지명되었습니다. 그래도 슛 하나는 프로에서 확실히 통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프로에서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한 자리를 따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DB의 백업진들이 뭔가 하나같이 아쉬운 점들이 많은 선수들이어서 두 선수 모두 충분히 첫 시즌부터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점은 당연히 A+ 줍니다. 말이 필요없습니다.
7. 부산 KT 소닉붐 - 7순위 중앙대학교 문상옥, 14순위 건국대학교 최진광
작년에는 왜 이렇게 상식적으로 지명을 못하셨던 겁니까!
작년에 변거박과 박지훈 트레이드로 KBL 역사에 길이 남을 조공을 KGC에 바쳤던 KT였습니다만, 올해의 선택은 그랬던 과거를 감안하더라도 생각보다 상식적이었습니다. 작년과는 달리 가드진에서의 약점이 부각된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데려온 선수들을 통해서 그러한 약점을 메꿀 기반이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상위 순번에서의 지명도 가능성이 있어보였던 문상옥이 7순위까지 내려온 이상 KT에서 문상옥을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3점슛은 대학을 다니는 내내 25%를 넘긴 적이 없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지만, 의외로 슈팅 폼이 점차 확실히 잡히고 있어서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외에 운동능력이 좋고 해결사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2번 포지션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고 거기에 3점슛만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다면 팀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그 두 가지 과제들이 너무 벅찬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최진광은 1라운드에서 지명되었을 경우 KT 구단에 2년 연속으로 쌍욕을 퍼부었을텐데, 2라운드에서 지명된 덕분에 그래도 상식적인 지명이라고 납득을 했습니다. 올해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포인트가드 중에서 외곽슛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프로 관계자들로부터 신기할 정도로 고평가를 받아온 선수이기는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턴오버가 너무 많고 경기 운영이 의외로 답답한 면이 많았어서 최진광을 낮게 평가해 왔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합리적인 순번에서 지명한 이상 잘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윤태보다 잘할 수 있을지 일단 두고보긴 해야겠지만요.
평점은 B+입니다.
8. 전주 KCC 이지스 - 8순위 중앙대학교 김세창, 13순위 상명대학교 곽동기, 28순위 경희대학교 권혁준
2019 KBL 드래프트의 숨은 승자
8순위에 선정된 구단이 드래프트에서 승자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 순번에서 지명한 선수가 대성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조성민과 김영환처럼 대성한 선수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런 선수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당장 작년에도 권시현의 지명을 스틸 픽으로 평가했지만 실제로는 첫 시즌을 D리그에서 보냈고 이번 시즌에 1군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부상당하기도 했고요. 그런 이유에서 드래프트 지명자에 대한 평가가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면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만, 일단 드래프트가 끝난 현 시점에서는 KCC가 올해도 숨은 승자로 거론될 수 있다고 봅니다.
8순위에서 김세창이 지명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박찬호가 8순위까지 내려왔고 그렇잖아도 KCC에 빅맨이 없는데 과연 박찬호를 지나칠까 하는 생각이었겠죠. 하지만 김세창의 지명 자체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가드진의 부상 선수가 많은 터라 송교창을 포인트가드처럼 쓰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을 정도이고, 무엇보다도 김세창과 박찬호의 차이는 전성환과 이윤수의 차이에 댈 게 아니거든요. 김세창과 박찬호는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차라리 김세창이 훨씬 낫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곽동기는 그 특유의 머리 때문에(...) 시작부터 컬트적인 인기를 끌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KCC가 그 순번에서 좋은 선수를 뽑았다고 생각해요. 키가 작고 발이 느리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사고 있는 선수이지만 그 대신 힘과 골밑 공격기술은 프로에서도 당장 통할 수 있을 정도로 평가되는 만큼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프로에서 정착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권혁준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밀리게 된 걸까 싶습니다. 1학년 때는 로터리 수준으로 평가받았다고 할 정도고 작년까지도 1라운드는 넉넉해 보였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늦게나마 지명된 것이 정말로 다행이고 프로에서는 3점슈터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년부터 3점슛은 확실히 장착했던 만큼 프로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평점은 A+입니다.
9.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 9순위 연세대학교 양재혁, 12순위 경희대학교 박찬호
오랜만에 터진 개그랜드 본능
며칠 전부터 전자랜드가 9순위로 양재혁을 점찍어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자랜드가 제정신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양재혁이 2라운드 감으로는 충분히 좋은 선수겠지만 과연 1라운드 감이냐 하고 묻는다면 그렇게 보지 않았을 사람들이 절대 다수였을 거라서요. 그런데 정말로 그걸 해내더군요. 머릿속으로 그동안 조용해졌다 싶은 개그랜드 본능이 이번에 터진건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양재혁은 허슬이 있고 수비력도 평균 이상은 되지만 공격 기술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무도 1라운드로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인이라면 무조건 깎아내리기 바쁜 디씨농갤의 평가처럼 3라운드에 지명될 선수는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1라운드 감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거든요. 오죽했으면 지명 과정에서 연줄이 개입되었다는 말이 많고 정황상 그게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랜드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양원준 씨의 큰아들이 양재혁이거든요. 양재혁으로서는 실력 이상의 순번에 지명되었다는 평가에 연줄까지 겹쳤다는 평가를 받는 터라 그걸 실력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피나게 노력해야만 할 겁니다.
그리고 한때 센터 4인방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평가가 폭락했던 박찬호가 12순위로 지명되었는데, 이걸 보면서 작년 드래프트의 LG가 생각나더군요. 물론 양재혁이 대학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김준형과 비교를 불허한다는 점에서 전자랜드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김성민과 박찬호의 차이도 그만큼 커서 말이죠. 일단 2라운드에서는 상식적인 지명을 했습니다. 박찬호 본인으로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 환경에 지명되었는데(전자랜드도 센터가 민성주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단 평점은 C입니다. 박찬호는 그래도 상식적인 지명인데 양재혁의 1라운드 지명이 너무 충격적입니다.
10.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 10순위 성균관대학교 박준은, 11순위 중앙대학교 이진석
오랜만에 보는 유재학의 드래프트 뻘짓
애초에 10순위에서는 좋은 선수를 뽑는게 기적입니다. 물론 모비스는 함지훈부터 시작해서 천대현, 송창용, 배수용처럼 1군에서 써먹을 만한 선수들을 그 순위에서 여럿 선발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선수를 선발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올해도 1라운드 선발까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록 올해 후반기와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심하게 망하면서 평가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박준은은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 포워드 중에서 대학 시절에 가장 좋은 3점슛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폭발력, 수비, 오프더볼 등등 3번으로서 가져야 할 모든 재능이 수준급인 선수였죠. 이런 면에서 모비스가 박준은을 지명한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선수가 되길 기대하는 동시에, 제2의 전준범을 키워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준범과는 달리 드래프트를 앞두고 망했다는 문제가 있지만 역으로 슬럼프를 극복하면 평균 이상을 해 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1라운드를 잘 뽑아놓고 2라운드에서 중앙대 이진석을 지명하면서 유재학 감독이 오랜만에 뻘짓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본인 말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지명을 했다고 하는데..... 본인 말과 달리 볼핸들링이 아주 좋다고는 말할 수 없고, 슛은 더더욱 없고, 득점력은 아예 제로에 가까운 선수를 뭐 때문에 저렇게 빨리 지명했을까 싶습니다. 좋게 말하면 득점 외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KBL이 막장이라 해도 대학에서조차 자기 공격을 해내지 못하는 선수가 KBL에서 성공한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신체조건 좋고, 운동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른 순번에 지명한다? KBL 관계자들은 그동안 몇 년을 그렇게 속아놓고도 배운게 없나봅니다. 대학 4년 다 마치고 나온 애들을 지들이 열심히 키워봤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요(이관희 같은 예외도 있지만 이관희는 일단 본인부터가 엄청 노력파였죠.). 11년 전 드래프트에서 트라이아웃 하나만 보고 11순위로 중앙대 서진을 지명했던 그 날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평점은 C 주겠습니다.
지금까지 10개 팀의 이번 드래프트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올해도 역시 제 주관이 강하게 반영된 평가이므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이 모두 저와 같지는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제 예상과는 많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드래프트가 진행된 상황에서 리뷰를 하는 것은 당연히 현재 시점에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년에 너무 길게 썼다고 생각해서 좀 줄이려고 했는데 그래도 글이 긴 것은 변함이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지명된 22명의 선수들이 프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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